[기자의 눈]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송영한 기자 | 기사입력 2020/08/02 [19:43]

[기자의 눈]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송영한 기자 | 입력 : 2020/08/02 [19:43]

#1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신라 48대 경문왕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설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삼국유사 경문왕편에 기록된 이 설화의 내용은 이렇다.

 

헌안왕의 사위로 왕위에 오른 경문왕은 왕이 되고 나서 귀가 점점 길어져 당나귀 귀처럼 되었다. 임금은 관으로 귀를 덮어 사람들이 모르고 있었는데 관을 만드는 복두장이만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복두장이는 평생 힘들게 이 비밀을 간직하다가 죽기 전, 대나무밭에 구덩이를 파고“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고 외치고 죽었다. 

 

그 뒤로 바람이 불 때마다 대나무밭에서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났다. 그러자 왕은 대나무를 베어내고 산수유나무를 심었지만, 바람이 불 때마다 여전히 같은 소리가 났다는 이야기다.

 

삼국유사 저자 일연(一然)은, "아무리 권력으로 비밀을 포장한다 할지라도, 결국 진실은 드러나는 것이다."라는 사실을 이 글을 통해 깨우쳐주고 있다.

 

얼마 전, 구리시는 한국판 뉴딜사업에 구리시가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도하 언론에는 ‘언택트 산업’과 ‘e-커머스’ 그리고 ‘첨단물류 단지’라는 화려하고 낯선 낱말들이 등장했다.

 

비대면(언택트)구매와 전자상거래(e-commerce)가 코로나 이후의 방향(트랜드)인 것은 맞다. 국가로서는 필요한 사업인지 모르겠지만, 구리시에 이런 물류단지가 들어선다고 해서 배송품을 조금 빨리 받아보는 것 외에, 구리시민이 비대면 전자상거래의 직접 수혜자가 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시가 추진하던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의 이전 기간이 반으로 줄었고, 이전부지는 용적율 1,200%짜리 일반상업지구로서, 시가 “주상복합단지를 건설할 것이다.”라고 발표한 이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구리시가 얻은 것이 있다면 ‘e-커머스의 혜택’이 아니라 바로 이것일 것이다. 

 

‘첨단물류단지’는 또 어떤가? 

물류단지 앞에 ‘첨단’이라는 낱말이 붙는다고 해서 모든 창고가 지하화되고 화물차 없이 수집 및 배송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더구나 화려한 수식어가 붙은 이 ‘e-커머스 첨단물류단지’는 전신이 ‘창고법’으로 불리는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물류시설법)’으로 탄생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 물류시설법 안에 ‘일반물류단지와 도시첨단물류단지’라는 용어의 정의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구리시 사노동의 물류단지는 이 법의 22조에 따라 일반물류단지로 개발하는 것이고 ‘도시첨단물류단지’는 동법 22조 2항에 따라 ‘노후화된 일반물류터미널 부지 및 인근 지역’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사노동 물류단지가 ‘첨단 물류단지’라는 표현은 법률적으로 사생아인 셈이다. 아니, 마치 개가 송아지를 낳은 셈이랄까?

 

홍보기사와 환영 플래카드에서는 ‘첨단 물류단지’라는 표현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아직 지정고시가 되지 않아 확정이라는 단어를 쓰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구리시가 이들에게 공문을 보내 사실을 확인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아마도 이는 자기들도 쓰는 용어이기 때문일 것이다.

 

#2 나는 근거를 못 대도 너는 근거를 대라..

그런데 떠들썩한 환영 분위기가 채 식기도 전에 수용대상지 주민들 의견보다 먼저, 인근 갈매지구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시로서는 잔칫상에 찬물을 끼얹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갈매지구는 입주 전, 자족시설에 입주하려던 물류센터로 홍역을 치른 지역으로 아직도 그 트라우마가 남아있다. 물론 안승남 구리시장도 도의원 시절에 반대의 선봉에 섰고 물류센터는 없던 일이 되었다. 

 

연합회 카페에서 진행되는 인근 사노동 물류단지 개발에 대한 찬ㆍ반투표에서 95% 가까이 반대의견이 나오는 이유는 이런 학습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뉴딜사업이 발표되기 전, 도매시장 이전문제가 처음 거론됐을 때는, 갈매동에서도 이렇게 심한 반대는 없었다. 환경적 영향으로 인한 반대는 명분이 약했으며, 교통의 흐름도 시장의 특성상 출퇴근 시간대와 겹치지 않아 갈매IC 신속 추진으로 봉합도 가능했던 분위기였다.

 

그런데 당초 이전 계획에, 물류단지라는 배보다 더 큰 배꼽 같은 혹이 붙고, 도매시장 예정지에 물류단지가 들어오고, 도매시장은 옛 경기북부테크노벨리 부지로 자리바꿈을 하게 되면서 다시 화물차 통행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갈매IC가 건설되면 떡 사서 X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자 회장은 총대를 메고 카페에 글을 썼다.

 

그런데 그 글의 몇 군데 단정적인 토씨를 가지고 느닷없이 시에서 회장의 사업장으로 3일 말미의 겁박성 공문을 날렸다. 얼마나 급했으면 직인도 찍지 않았다. (시는 단순착오라고 변명했지만, 이는 갓 채용된 9급공무원들을 납득시키기에도 옹색한 변명이다.)

 

행정기관에서 동네 사랑방을 몰래 살펴본 것도 문제고, 개인의 사업장 주소를 수집해 그곳으로 공문을 보낸 것도 문제다. 변호사는 “이것은 과도한 행정행위이며 명백한 사찰(조사하여 살피는 일)이다.”라고 자문했다.

 

“글을 작성하게 된 근거를 조목조목 대라”는 이 공문은, 공문이라기보다 소 제기 목적의 예비행위인 내용증명에 가까웠다.

 

연합회의 항의에 시는 군색한 답변을 내놨다. 

당초에 “누군가에게 전달받았다.”고 했던 발췌 경위가 “주민편익을 위해 입주 전부터 꾸준히 게시판을 살펴왔으며 입주 후에도 계속해서 들여다보았다.”는 자백(?)으로 뒤바뀌었다. 그런데 정작 공문발송이 주민편익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다.

 

공문발송의 법적 근거를 묻는 핵심적 질문에는 “사실이 아닌 내용이 있어서 공문으로 확인하고자 했다.”라면서도 정확한 근거 법 조항은 물론, 공문서에 대한 답변을 어떻게 이용하려 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시민에게는 말꼬투리를 잡아 “근거를 대라”라고 겁박하면서 정작 자신은 어떤 법 조항에 따라 '과도한 행정행위'를 했는지 근거를 밝히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 구리시 행정의 자화상이다. 

 

#3구리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아니다.

구리시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아닌데, 시책마다 100% 찬성과 지지를 기대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민주주의는 51%의 힘으로도 운영되는 체제다. 더구나 수용이 가능한 무소불위의 법으로 진행하는 국가정책이 아닌가? 그러나 그 과정에서 49%의 반대세력에게 그들이 주장하는 문제점에 대해 어떤 선제적 대책을 설명하고, 어떻게 위무하느냐에 따라 행정의 만족도는 달라진다. 

 

십수 년 전, 구리시 초대 민선시장이 자기 소유 토지 옆으로 도시계획도로를 건설하고자 했을 때, 한 시민이 인터뷰에서 “저기가 시장님 땅이거든요~” 이 한마디에 명예훼손으로 피소됐다가, 대법원에서 원심파기 환송돼 무죄 확정 된 바 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동안 진행된 재판과정에서 시민들은 일인시위와 소송비 모금 바자회 및 법률지원 등을 통해 약자의 편에 섰고, 그 과정에서 안승남 현) 구리시장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런데 과연 15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안 시장의 가치관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나는 근거를 못 대겠지만, 너는 근거를 대라”는 입막음 방식으로 소문을 잠재울 수는 없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문만 무성해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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