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리시 갈매동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남긴 숙제들

송영한 기자 | 기사입력 2020/05/28 [15:16]

[기자의 눈]구리시 갈매동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남긴 숙제들

송영한 기자 | 입력 : 2020/05/28 [15:16]

기자로 살면서 가장 갈등을 느낄 때는 “신속한 보도가 우선이냐? 정확한 보도가 우선이냐?”를 결정해야 할 때다.

 

물론 신속하고 정확한 조건이 똑같이 충족된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매사가 칼로 무우 자르듯 그렇지는 않다.

 

“살면서 그런 전화 폭탄은 처음 맞아봤어요”

 

한 가족 7명이 몽땅 코로나19에 감염돼 한바탕 소동을 치른 갈매동에서 사설 태권도장을 경영하는 A관장은 악몽 같았던 이틀 전 상황을 전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사건의 발단은 26일, I아파트 시립어린이집 원생의 학부모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10시에 확진된 후 11시 30분 쯤엔 갈매동 각종 커뮤니티에서 어린이집에서 보낸 공지가 돌기 시작했고 시의 공식 재난안전 문자가 도착한 시간은 13시50분 경,

 

이때부터 "시립어린이 집에 다니는 확진자 자녀의 초등학교 4학년 오빠가 해당 태권도장에 다닌다."는 소문이 학부모들의 단톡방에 떠돌며, 각 커뮤니티에 퍼지기 시작했고 A관장은 밤늦게까지 폭주하는 전화통을 붙잡고 해명을 해야했다.

 

"확진자의 큰 자녀는 4학년 남자아이가 아니고 2학년 여자아이다."라고 누누이 해명했지만, 커뮤니티의 소문은 잦아들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16시30분에 큰 아이가 확진됐다는 사실을 18시30분경 어린이집 공지로 알게 됐다.

 

그리고 이날 22시 37분 안승남 시장이 개인밴드에 이를 언급한 다음, 시의 공식 재난안전문자는 확진 18시간이 지난 다음날 오전 10시50분에야 발송됐고, 그 뒤 27일 정오 쯤, 동선이 발표되면서 전화는 잦아들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A원장이 간절하게 기다린 것은 구리시의 확진자 동선공개 문자, 그러나 27일 오전 9시에 배달된 구리시의 첫 문자(생생문자)는 ‘세금 납부 안내 문자’였다.

 

확진자 발표나 동선공개가 평소보다 늦어진 이유에 대해 시 관계자는 “확진자 수가 많고 확진자들의 기억이 부분적으로 흐릿해 정확한 확인이 필요했다. 부정확한 동선이 발표 될 경우에는 해당 업소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수도있다.”라고 늦어진 경위를 밝혔다.

 

또한, 안승남 시장도 밴드에서 “확진자의 이동동선을 빨리 공개해서 안심시켜 드리고 싶지만, 역학조사관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발표할 수 없다.”며 “또 동시에 여러 명의 확진자가 나와서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4명의 확진자 동선을 꼭 동시에 공개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며 “우선 주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배우자와 큰아이 관내 동선만이라도 밝혔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다산신도시와 별내신도시에서 코로나19-확진자가 발생했을 때에도, 청정지역으로 남아있던 갈매신도시에 첫 확진자가 발생했던 바로 그 시각에 구리시는 “K-방역 덕분에 구리시만의 창의적 G(구리)-방역 전략이 신뢰와 믿음으로 이어졌다.”는 자화자찬성 보도자료를 뿌렸다.

 

물론“구리시의 방역이 칭찬받을 만큼의 성적을 냈다.”는 평가를 통해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많은 고생을 한 의료진과 공무원들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한 선의의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며, 악마는 항상 안일한 틈새를 노린다는 사실을 증명했을 뿐이다. 그러한 평가는 코로나가 종식되고 나서 백서에 기록할 일이지 전쟁 중에 터트릴 샴페인은 아니다.

 

A관장은“어제 한 커뮤니티에서는 시가 공식적으로 동선 발표를 했음에도 ‘믿지 못하겠다’는 말들이 떠돌아 절망했다. 1달 반 가까이 휴관하다가 4월6일부터 개관해 겨우 일어 설만 했는데, 이번 사태로 언제 다시 문을 열지 모르겠다.”며 “뉴스를 보니 구리시에서는 민간어린이집에도 3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긴급운영비를 지급한다는데, 사정이 다르지 않은 사설도장은 언감생심이다. 서울의 몇몇 지자체들은 사설도장에도 운영자금을 지급하고 있다.‘도장을 하려면 서울에서 하라’고 조언하던 분들의 말을 새겨들어야 했다.”며 힘없이 전화를 끊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갈매동에 설치한 야외선별진료소 등에서 실시한 첫날(27일) 214명의 검사결과 양성판정을 받은 시민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잠복기인 보름 동안, 아니 코로나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시민들은 방역수칙을 준수해 다시 감염병 없는 ‘청정 구리시’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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