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웅박사교육칼럼 ]라쇼몽(羅生門)현상을 경계한다

경기인터넷뉴스 | 기사입력 2020/02/27 [15:04]

[이철웅박사교육칼럼 ]라쇼몽(羅生門)현상을 경계한다

경기인터넷뉴스 | 입력 : 2020/02/27 [15:04]

 

라쇼몽(羅生門)현상을 경계한다

  

이 철 웅

()한국인간관계연구소 대표

 

최근 세계적으로 뻗어가는 우리 문화의 현상이 우리를 자긍심을 안겨주고 있다.

 

BTS가 서양문화의 본산인 미대륙과 서유럽에서 인기를 다하며 한류라는 문화장르를 형성하고 있으며, 우리의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에 이어 그동안 백인들의 주 무대로 여겨졌던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하여 감독상 등 네 가지 상을 수상 받는 모습이며, 우리나라의 전자업체가 언팩행사를 하여 세계의 시선을 모우는 뉴스를 접하면서 그동안 갈등과 대립으로 얼룩진 우리의 근대사에 새로운 자리매김을 하는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다.

 

▲ 이철웅 교육학 박사     ©경기인터넷뉴스

이런 와중에 어느 이름 있는 신문사의 간부라는 사람의 기생충은 좌편향성 문화라고 평가절하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는 씁쓸함은 무엇인가?

 

어느 나라 정치인의 “한국하고 무역문제가 있는데 한국영화에 오스카상을 주었다”고 핀잔하는 뉴스와 함께 마음 한 구석에 어두운 잔상을 짓게 한다.

 

사실 기생충은 우리 사회의 양극단 현상을 다룬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작품화한다는 것은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이지 결코 투쟁은 아닌데 말이다. 이런 진위는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작품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데에서 증명할 수 있다고 보는데 이에 반기를 드는 부류들의 심리상태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더불어 소위 우리나라의 경제지식층을 구성원으로 있는 어느 경제연구소의 연구원 내지 관계자들이 자신의 주장을 출판하여 우리 사회의 베스트셀러가 된 현상이나 소위 일본의 극우단체의 손에 이끌리어 국제회의장에서 왜곡된 그들의 주장에 동참하여 발표하던 어색한 웃음을 내보이던 사람의 잔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 현상을 심리적 ‘라쇼몽 현상’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라쇼몽 현상은 여러 사람에 의해 사건의 실체가 변경되는 것을 말한다.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떠올릴 때 라쇼몽 현상은 일어난다. 이는 자신이 기억을 왜곡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나아가 자신까지 속이는 상황을 초래한다.

 

라쇼몽(羅生門)의 원래 표기는 나성문(羅城門)으로 ‘라세이몬’으로 읽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민간에서 변화되어 羅生門으로 쓰고 ‘라쇼몽’으로 읽게 되었다고 한다.

 

나성(羅城)은 일본의 나라 시대에 왕성과 시가지를 둘러싼 성으로 이름 지어졌으며 어 그대로 나성의 문이라는 뜻이다. 원래는 수도의 정문이었으나 헤이안 시대에 폐허가 되어 시체를 버리는 곳으로 이용되었다고 한다(출처 : 네이버).

 

이 용어는 1950년대에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이 이름을 따서 ‘라쇼몬’이라는 영화를 제작함으로써 유래되었다.

 

이 영화의 내용을 정리하면 “억수 같은 폭우가 쏟아지는 날, ‘라쇼몽’ 누각 아래에서 한 나무꾼이 자신이 목격한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이다.

 

어느 사무라이라가 말을 타고 그의 아내와 숲속을 지나가다가 낮잠을 자던 산적 타조마루는 사무라이의 아내를 차지할 목적으로 그들 앞에 다가선다. 오후에 다시 숲에 들린 나무꾼은 가슴에 칼이 꽂혀있는 사무라이를 발견하고 관청에 신고한다.

 

하지만 관청에 끌려간 산적과 사무라이 아내는 살인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진술을 한다. 산적은 남편 사무라이를 죽인 것이 정당한 결투 끝에 범한 행동이라고 말한다.

 

반면 자신이 살인자라고 주장하는 사무라이 아내는, 그녀가 산적에게 겁탈당한 후 남편이 싸늘한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봤다고 진술한다. 이를 모두 지켜본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나무꾼이다. 그는 사무라이 아내가 남편과 산적의 결투를 부추겼고, 두 남자는 용렬하기 짝이 없는 개싸움을 벌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무꾼도 사무라이 아내의 칼을 갖기 위해 진실을 모두 드러내지 않는다. 무당의 힘을 빌려 강신한 사무라이의 자결했다는 진술을 끝으로 살인사건에 대한 네 사람의 진술은 마무리된다.

 

이 라쇼몽 현상은 우리 사회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알바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에 시민들은 공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PC방 알바생 신 씨와 말싸움이 붙은 피의자 김 씨는 집에서 등산용 칼을 가져와 범행을 저질렀다.

 

담당 의사 소견에 따르면 신 씨의 목을 포함한 얼굴에 30여 차례 흉기를 휘두른 칼자국이 확인됐다. 이후 경찰은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양측 관계자의 진술을 받았다. 하지만 진술은 흑과 백으로 확연히 나누어진다.

 

사건 목격자는 “피의자 동생이 위치를 형에게 알려줬다”며 “알바생 신 씨를 덮칠 때 동생이 도와줬다”고 했다. 피해자 가족 또한 신 씨가 검도 유단자라는 점을 언급하며 이에 동의를 밝혔다.

 

반면 피의자 김 씨는 현재 동생의 공모 여부에 관한 물음에 대해 여전히 부정하는 상태다. “김 씨는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심신미약 상태”라는 가족들의 말에도 자신이 제출한 진단서가 아니라며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이에 피의자 동창생은 김 씨에 대해 “예전부터 정신적인 문제가 있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 사건을 인해 아르바이트생의 범죄 피해를 막을 법안까지 등장한 상태다.

 

다시 영화 라쇼몽으로 돌아가 보자. 남편과 그의 아내, 산적, 그리고 나무꾼까지 한 사건에 대한 진술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을 보면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워 보인다. 같은 사건에 대해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만 진술하기 급급하다. 기억하고 싶은 것을 일반화하려는 이기심이 사실을 왜곡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서로 다른 기억의 편집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자신의 관점으로만 세상을 보려하지 말자. 특히 이 나라의 편협한 지식인들에게 나의 관점과 타인의 관점을 나누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평형된 감정을 가져주면 안 될까하는 바램이 있다. 단순한 지식은 때론 왜곡된 상황을 만든다. 우리 근대사에서 나라를 버린 자들이 지식인들이 아니었던가?

 

지금 우리나라 상황은 어려운 처지이다. 우선 이 어려움이 극복된 다음에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지 않겠는가? 타인의 잘못만을 비난하는 이들의 심리는 자학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어느 심리학자의 이론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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