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 갈매천 가꾸는 3총사 ‘우리 동네 작은 영웅들’

“봉사라고요?.. 그냥 내 집 마당을 가꾸는 것일 뿐”

송영한 기자 | 기사입력 2019/07/08 [19:05]

구리시 갈매천 가꾸는 3총사 ‘우리 동네 작은 영웅들’

“봉사라고요?.. 그냥 내 집 마당을 가꾸는 것일 뿐”

송영한 기자 | 입력 : 2019/07/08 [19:05]

[구리=경기인터넷뉴스] 공동체의식이 점점 희미해지는 작금의 세태에서도 구리시 갈매동에는 자신들이 사는 동네를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사람들이 있다.

 

▲  왼쪽부터 박순·임항빈·박영호 씨  © 경기인터넷뉴스



[#1] 갈매천 바닥 고르기 임항빈 옹

 

지난 1일 구리시청 월례조회에서 갈매동 임항빈(72)씨가 구리시장 표창을 받았다.

 

지난 행정사무감사에서 “시의 표창이 너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갈매천을 산책하는 주민들이라면 “아하~ 그분이라면..상 받을만하세요..”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농고를 졸업하고 평생 조경사로 일해 오다 은퇴 후 구리시갈매신도시에 정착하게 된 임항빈 옹이 갈매천에 관심을 가지고 하천 바닥을 고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부터다.

 

그는 자신이 사는 A아파트 앞에 흐르는 갈매천 바닥이 고르지 못해 보기가 좋지 않을뿐더러 퇴적물이 쌓여가는 것을 보고 쇠스랑 등 연장과 장화를 구입해 바닥 고르기에 나섰다.

 

언 땅에 쇠스랑 날이 부러지기도 하고 일할 때 신던 장화를 누가 들고 가기도 하는 등 힘들고 속상한 일도 많았지만, 그가 반년에 걸쳐 골라놓은 갈매천 상류는 퇴적물이 없는 하천으로 맑은 물이 졸졸 흘러내리고 있다.

 

임 옹은 “아이들이 여기서 놀기도 하는데 좀 더 맑은 물이 흐르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그냥 힘닿는데 까지 해보려 해요...”하면서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 주로 저녁시간에 작업 중인 임항빈 옹    © 경기인터넷뉴스

 

[#2] 갈매천 둑 잡초는 내가 뽑는다...박순 옹

 

임항빈 옹과 한 살 차이인 인근 B아파트 박순(71) 옹은 2년 채 갈매천 둑 잔디의 잡초를 뽑고 있다. 공직을 은퇴하고 갈매신도시에 정착한 박 옹 역시, 이사 온 첫해 잔디 관리가 되지 않아 잡초로 뒤덮인 갈매천 둑을 그냥 볼 수 없어 거의 매일 2~3시간 씩 망초 등 잡초를 뽑기 시작했다고 한다. 갈매천 관리가 LH에서 구리시로 이관 되면서 제초작업 등의 하천 관리가 지난해에 비해 한결 나아졌지만, 갈매천 보도1교 아래에는 박 옹이 뽑아 놓은 망초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박 옹은 “내 집 앞 풀 뽑는 것이 무슨 자랑할 일이겠어요?” 라며 “봉사가 아니라 당연한 일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 옹은 “지난해에 갈매천 쓰레기를 모아 처리하려고 주민센터에 가서 쓰레기봉투를 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가 거절을 당했어요.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가꾸기를 하면 관에서 지원해줘야 하는데 아직 공감대 형성이 덜 된 것 같아요.”라며 아쉬워했다.

 

▲내집 마당 가꾸는 일을 했을 뿐이라는 박순 옹     © 경기인터넷뉴스

 

[#3]아파트 석축 조경수 관리 박영호 씨

 

갈매천변에 위치한 C아파트는 순환로에서 갈매천을 따라 갈매중앙로까지 200여m의 석축으로 조성돼있다. 애초 옹벽으로 설계됐었지만 구리시에서 시공사에 미관상 석축으로 해달라고 요구해 설계가 변경된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탄생된 석축에는 갖가지 조경수들이 자라고 있지만 이것을 관리하는 곳이 없는 실정이다. LH에서도 구리시에서도 아파트 조경업자도 관리소에서도 자기들의 업무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는 가운데 결국 이 아파트에 사는 박영호(58)씨가 2년째 석축을 오르내리며 조경수를 관리하고 있다.

 

박 씨는 원래 통신 쪽 전문가로 조경과는 거리가 멀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해 이 일에 매달리고 있다. 하다 보니 요령도 생기고 나름 공부도 하면서 보람으로 하는 일이라 하지만 한 여름에 4~5m 높이의 석축을 오르내리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다리는 온통 풀벌레에 물려 벌겋게 부어 있었다. 아내가 “괜한 일을 한다.”며 성화지만, 가끔씩 창밖으로 임항빈 옹이나 박순 옹이 갈매천을 관리하는 광경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음료수를 챙겨 나오게 되고 또다시 전정가위를 들게 된다고 했다.

 

▲석축에서 작업하는 박영호 씨     © 경기인터넷뉴스

 

[#4]우리가 하는 일은 계속 하겠지만, 갈매천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줬으면

 

이들 3총사가 지난 주말 갈매천변 정자에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눴다. 모두 한 목소리로 “내가 사는 동네 깨끗하고 아름답게 하는 일인데 관심이 부담스럽다.”며 “우리가 하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하겠지만 한계가 있는 만큼, 왕복 5Km의 갈매천을 명소로 만들려면 시에서 예산을 세워 체계적으로 관리해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구리시청 관계자는 “갈매천과 왕숙천 등 지방하천을 관리하는 기간제 직원이 원래 4명이었는데 한명이 사표를 내 현재 3명만 남았지만 최선을 다해 갈매천을 갈매신도시의 명소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갈매천은 갈매수질복원센터에서 재이용수를 상류에 펌핑해서 흘려보내는 총 연장 2.5Km의 인공하천이지만, 갈매신도시 중앙을 관통하는 하천이다. 주민들이 콘크리트의 삭막함을 피해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저녁시간 산책 피크타임에는 자칫 한눈을 팔다가는 어깨를 부딪칠 정도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관변단체들이 가끔씩 하천 정화운동 같은 행사를 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거의 매일 이렇게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가꾸어가는 이들을 보면서, 이 아름다운 나비효과로 인해 숨 막히는 콘크리트 숲에서도 청량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은 단지 기자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 아직 정비가 안된 갈매천 중류(사진 위)와 말끔하게 정비된 갈매천 상류(사진 아래)    © 경기인터넷뉴스

 

▲우리는 아름다운 갈매천을 만들기 위해 힘 닿는데 까지 하던 일을 계속 할겁니다.      © 경기인터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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