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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하의 생태칼럼]천마산에서 만난 노랑제비꽃

조광하 생태칼럼리스트 | 입력 : 2021/11/10 [23:22]

20여 년 전 천마산 등산 갔다가 정상부근에서 찍은 노랑제비꽃이다.

 

이른 봄에 주로 9부능선 바위틈이나 따뜻한 양지에서 피어나는데 정말 다소곳하면서도 소박한 모습이 그 옛날 담 너머로 보았던 옆집 어여쁜 규수의 모습이 아마도 이와 같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 노랑제비꽃은 아마도 산에서 가장 먼저 피는 꽃 중 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이른 봄에 피는 꽃 중에는 유난히도 노란색이 많다. 그 이유는 확실히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봄 곤충들이 노란색을 선호하던지 아니면 주변 환경에 비해 눈에 잘 띠일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실 봄에는 노란색이 집중해서 피고 여름 녹색 잎이 우거질 때쯤이면 귀룽나무를 비롯해서 아까시등 흰색 꽃이 유난히도 많다.

 

제비꽃은 여러 가지 꽃의 다양성도 아름답지만, 삶의 과정이 참 놀랍다. 그중 특히 제비꽃의 번식전략이 경탄을 자아낸다. 제비꽃은 꽃을 피워 수정을 하는데, 흔히 알고 있는 타가수정을 통해서 하는 유성번식이 있는 반면에 이 꽃은 유성번식과 무성번식을 같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성번식이 흔히 알고 있듯이 가장 이상적이면서도, 우수한 형질의 자손을 남기는 최고의 방법이다. 그러나 유성번식의 매개체인 벌 나비 등의 곤충이 그렇게 항상 만만하게 때맞춰 꽃가루를 날라다 주고 수정을 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유성번식을 하기 위해 아니 곤충들을 유인하기 위해, 식물은 꽃가루와 꿀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제비꽃은 타가수정을 하고 그 시기를 놓치거나 매개 곤충이 없으면 무성번식을 한다고 한다.

 

치열하게 살아온 댓가, 즉 자손을 남기지 못하면 큰 허물이 될터이니, 제비꽃은 자가 수정을 해서라도 자손을 남기는 모양이다. 비록 열성인자가 나올 확률이 높을 지라도 무성생식을 하여 자손을 확실하게 번식시키는 전략을 쓰는 것이다. 그냥 없어져서 멸종하는 것보다는 백번 좋은 전략 같다.

 

그리하여 우여곡절 끝에 씨앗을 맺으면, 어느 식물이나 퍼트려야 하는 임무도 만만치 않다.

 

씨앗이 여물면 제비꽃은 씨앗 겉에다 하얀 물체를 매달아 놓는다. 애기똥풀도 같은 퍼트림 전략을 취하는데 그 하얀 물체를 방향체 (엘라이오좀)라고 한다.

 

그렇게 한참을 태양을 받고 씨앗이 여물면, 씨앗을 퍼트려야 한다. 씨앗을 터트리는데 있어서 그 전략을 보면 첫 번째 씨앗꼬투리를 아주 바싹 말려서 일순간에 쥐어짜는 방법을 쓴다. 그 힘이 얼마나 센지 때로는 2미터 이상 갈 때도 있다. 물론 꼬투리가 바싹 마르고, 바람도 불어주고 주변 환경도 받혀 준다면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멀리 멀리 떨어져서 좋은 옥토에서, 훌륭한 삶을 원하는 어미의 바램과는 다르게, 씨앗은 대부분 어미근처에 떨어지고 만다. 어미는 두 번째의 전략을 치밀하게 짜 놨다. 움직이는 개미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엘라이오좀이라는 방향체를 씨앗에 수고비로 붙여 놓았다.

 

개미는 수고비를 챙길 요량으로 씨앗을 자기 집으로 끌고 가서는 씨에 달린 엘리이오좀(방향체)을 식량으로 취하고, 나머지는 진짜 씨앗은 집근처에 갖다 버린다.

 

그런데 개미의 쓰레기장은 제비꽃 씨의 입장에서는 아주 싹이 트기 좋고 영양분이 풍부한 장소가 된다. 결국 씨앗은 가능한 한 부모로 부터 멀리 퍼져가려는 목적을 이루게 된다.

 

꽃은 먹이를 주고 수혜 받은 곤충은 멀리 씨앗을 퍼뜨려 주고 다시 꽃이 많아지면 동물은 먹이사냥이 쉬워지고 새끼를 많이 낳고 참으로 아름다운 삶의 조화이다.

 

곳간에 곡식을 가득 채우지 않고도 서로 공생하며 수억 년을 살아온 그 들의 지혜를 이제는 사람들이 배워야 할 차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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