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조광하의 생태칼럼]엄마표 도시락

조광하 생태칼럼니스트 | 입력 : 2021/10/12 [15:33]

식물을 대할 때 마다 늘 놀랍고 그 경이로움에 즐겁습니다.

 

사진은 상수리나무의 도토리가 땅에 떨어져 뿌리를 내리고 있는 순간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참나무라고 일컫는 나무는 대략 6가지인데요, 상수리나무, 갈참나무,졸참나무,떡갈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입니다.

 

 

이들은 전부 가을에는 잎이 지는 낙엽수인데, 남부지방에는 잎이 지지 않는 상록수로서 가시나무 종류가 

있습니다. 이들은 열매가 도토리와 거의 같습니다. 처음 볼 때는 이 나무가 참나무 종류의 특징과 완연히 다른데, 도토리는 똑 같아서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

 

언젠가 미국을 가서도 본적이 있는데 공원에서 거목으로 즐비한 모습이 참 부럽고 인상적입니다.

 

우리나라 각 공원에서도 그러한 날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옛날부터 도토리는 배고픔을 해결하기도 하고 때로는 간식으로 훌륭한 식품이었습니다. 고맙고 감사한 일인데, 현대에 와서는 도토리가 포함하고 있는 타닌성분이 사람 몸속에 중금속을 낮춘다고 하여 더욱 인기가 있지요.

 

 

수십 년 전부터 우리의 선조들과 배고픈 시절을 견뎌온 참나무들은 대부분 허리쯤에 큰 상처들을 안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가을쯤이면 도토리를 채취하기 위하여 큰 도끼나 바윗돌로 나무들을 쿵쿵 두드리곤 했는데, 그러는 과정에서 단단한 수피가 벗겨진 것입니다.

 

상처가 아물기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허리춤에 검고 커다란 흔적을 평생 안고 살아갑니다.

 

간혹 운이 좋지 않아서 상처가 아물기 전에 비를 맞고, 버섯 균 들이 침투할라 치면, 중심부가 썩기 시작하여, 속이 텅텅 비곤합니다. 또한 그 때문에 강한 비바람에 허리가 부러져 넘어지는 나무도 볼 수 있었지요.

 

그런데 삶이라는 것이 나에게 나쁜 일이, 상대에게는 좋은 경우도 있지요. 나무가 썩는 것은 아쉽지만, 썩은 부위는 사슴벌레나 다른 곤충들에게 안식처가 되곤 합니다.

 

 

어린 시절 곤충을 잡으러 친구들과 산으로 들로 갈라치면 으레 참나무 썩은 밑둥치를 먼저 뒤집니다. 참 즐거웠던 추억들입니다.

 

도토리는 나무에서 떨어지면 이리 저리 구르는데, 그들 운명은 대략 4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도토리의 운이 엄청 좋아서 어미나무로부터 멀리, 그리고 부드럽고 영양분 많은 좋은 흙에 안착하여 큰 나무로 성장하는 경우입니다. 금상첨화라 할 수 있겠습니다.

 

둘째는 흙에 잘 안착했지만 경쟁자는 많고, 영양가는 적은 척박한 땅에 떨어져 치열하게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하는 경우입니다.

 

셋째는 떨어진 곳이 메마르고 습기도 없어 싹을 틔울 수 없는 바위 위나 자갈만 가득 있는 곳 입니다. 여기서는 언젠가 조건이 맞으면, 싹이 트고 뿌리를 내리지만, 그게 언제일지 기약 할 수 없습니다.

 

운이 좋아 그때까지 견딜 수 있을지, 아니면 동물이나 버섯 균들에게 먹힐지 모릅니다. 몸을 잘 간수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겠지요.

 

넷째는 좋은 곳에 잘 떨어졌는데 다람쥐나 사람 또는 멧돼지의 먹이로 희생되는 경우인데 매우 운이 않좋은 경우에 해당 되겠습니다. 그런데 도토리는 다람쥐가 가져가는 경우는 많은데요, 많은 수가 먹이로 희생되지만 그중 약 10% 이상 다람쥐의 건망증으로 살아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주 운 좋은 도토리입니다.

 

다람쥐 입장에선 아쉬움이고 도토리 입장에서는 천운입니다.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다람쥐가 흙까지 살짝 덮어주어 다른 위험도 줄고 다음해에 제일 빨리 하늘을 향해 출발 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최악의 경우는 사람에게 먹히는 경우 입니다. 사람에게 잡히는 날에는 하나도 살아날 가망성이 없지요. 다람쥐는 위험하지만 멀리 퍼뜨려 주는 역할이라도 해 주는데 인간에게 그 마져도 없이 최악의 상황이 되기 일쑤입니다.

 

식물이 지혜로운 것이 참 여럿이지만 뿌리를 내릴 때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단단한 씨껍질을 깨고 첫 생명이 나오는데 일부 예외가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뿌리부터 나옵니다.

 

뿌리가 먼저 나와서 땅으로 향하고 물 있는 곳으로 찿아 가며, 물을 찿은 뒤 뿌리를 견고히 하고 잎이나 가지가 나옵니다.

 

나오는 위치도 정확히 뿌리 가운데를 가르며 줄기가 위로 솟구칩니다.

 

만약 식물이 잎이나 가지부터 나온다고 상상해 볼까요?

 

잎이나 가지가 먼저 나와도 뿌리가 없어 물 공급이 안 되니, 금방 시들어 말라 죽을 것입니다. 더욱이 뿌리가 없다면 고정이 안 되니 먹히기도 쉽고, 짐승들의 발에 채여 싹이 부러지거나 죽을 수 있습니다.

 

위 사진과 같이 뿌리가 견고하게 먼저 땅에 박혀 있다면 그런 위험을 많이 줄 일수 있습니다. 혹여 어느 정도 성장 후에 싹이 부러진다면 다시 싹을 만들 수 도 있습니다. 위험회피에 얼마나 지혜로운 방법인지 모릅니다.

 

숲에 가면 때론 안쓰러운 장면을 볼 때도 있습니다. 도토리 떨어진 곳이 두텁게 낙엽 쌓인 곳일 땅으로 향해 뿌리를 내리다가 낙엽의 두께 때문에 땅에 미치지 못하고 말라 죽는 경우입니다. 그런 곳은 뿌리만 잘 내리면 낙엽 썩은 영양분들이 있어서 그야말로 지상낙원일수도 있겠는데요. 안타깝게도 엄마 나무가 챙겨준 도시락만으로는 힘이 부족합니다.

 

이러한 여러 변수에도 불구하고 수천 수만 개의 도토리들이 땅에 안착하여, 뿌리를 내리기 시작합니다.

 

도토리가 땅을 밟기 까지는, 짧게는 1cm에서 길게는 10cm 이상을 내려 가야 합니다. 이것은 정말 머나먼 행군이며,

 

힘겹기 그지없는 대장정입니다. 엄마 나무가 물려준 작은 도시락 용량으로는 깊이에 도달 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수의 도토리가 이 과정에서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뿌리를 열심히 내리 뻗어 봤지만 삶의 터전인 흙은 멀고, 물이 없어 갈증은 심하고 드디어 탈진하고 죽게 되는 것이지요.

 

엄마의 도시락은 방수, 방충도 되고 방균도 거의 완벽한 훌륭한 도시락 이었지만,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도토리가 10 cm 미만의 삶으로 생을 끝냅니다.

 

도토리는 꿈을 꾸었습니다.

 

수 억배가 커지는 , 높다란 창공을 가르는, 더운 여름날 대지위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많은 새들의

안식처가 되는, 수 없이 많은 자손을 남기는 그리고 마지막으로 멋진 궁궐의 기둥이 되는 꿈을 꾸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한 뼘의 깊이를 극복하지 못해, 아니 1밀리미터가 모자라서 땅을 만나지 못하고 흙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수억의 도토리는 짧은 생을 산에 묻고, 산은 다시 수억의 생명을 만들어 냅니다.

 

아름다운 산은 아름다운 생명입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